노예제도는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양반과 상놈, 귀족과 평민을 구분하던 신분제 역시 사라졌습니다. 우리는 모두가 평등한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겉으로 보이는 신분제도는 사라졌지만, 현대 사회에는 좀 더 세련되고 교묘한 방법으로 위장된 신분제도가 존재합니다. 사람들간의 신분을 가르는 이것은 오늘날 돈이라고 불립니다.
돈이라는 측면에서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존재합니다.
첫번째 부류 -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
두번째 부류 - 생계를 위해 일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
첫번째 부류의 사람들은 오늘날 사회 구성원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이들은 평생 일을 해야만 먹고 살 수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들의 삶은 거의 유사한 패턴을 가지고 있습니다.
1. 학교를 다닌다.
2. 취직한다.
3. 대출 받아서 집을 산다.
4. 일하면서 갚는다.
5. 나이가 들면서 도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은퇴걱정을 한다.
6. 은퇴하고 연금을 받으며 살거나(이 정도면 다행), 경비 등 새로운 일을 한다.
생계를 위해서 평생을 일을 해야 하는 처지인 것입니다.
반면 두번째 부류의 사람들은 생계를 위해서 일을 할 필요는 없는 사람들입니다. 이미 생계에 대한 걱정이 없는 이들은 더 많은 돈을 위해서, 명예나 권력을 위해서, 혹은 뭔가 세상을 바꾸려는 사명감이나 비전 등을 위해서 일합니다.
혹은 그냥 놀고 먹을 수도 있습니다.
이들은 전체 구성원들 중 극히 소수의 비중을 차지하지만, 대부분의 부를 소유하면서 사회의 최상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사회 구성원 중 다수를 차지하는 직장인은 상류층 아래의 어디엔가쯤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하루종일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근면성실하게 일하지만 극히 소수를 제외하면 이들은 언제든지 교체 가능한 부속품 취급을 받습니다.
그리고 회사가 어려워지거나, 혹은 나이가 들거나 등등의 이유로 쓸모가 없어지면 버림을 받습니다.
한 때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직장의 신"에는 다음과 같은 대화가 나옵니다.
부장 : 미스김한테 한가지 제안을 할까 하는데, 정규직으로 채용하는게 어떤가?
미스김 : 죄송합니다. 그 제안은 거절하겠습니다. 저는 회사에 속박된 노예가 될 생각이 없습니다.
미스김은 직장인이란 존재가 현대사회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습니다. 직장인은 생계를 위해 회사에 자유를 저당잡힌 현대판 노예인 것입니다.
물론 직장이 없는 사람들은 말도 안되는 배부른 소리라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직장인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귀족으로 태어나지 않은 이상, 우리는 생계를 위해 평생을 일할 수 밖에 없습니다. 노예인 줄은 알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지요.
http://www.newdaily.co.kr/news/article.html?no=31915
노예처럼 취급 당하는 중간 계급은 결과의 환상에 젖어 열심히 일하지만, 신입사원 연수생으로 시작해 30-40년간 성실하게 근무한 이후 퇴임하며, 문득 “이게 다란 말인가?”라고 생각한다.
그렇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렇게 수십년을 살다 문득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는 것. 현대판 노예의 삶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