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혁신, 혁신을 외칩니다. 정부,지자체,공공기관,기업,개인 등등. 이렇게 많은 곳에서 혁신을 외치지만 정작 혁신을 제대로 수행해서 정말 혁신적인 성과를 내는 곳은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혁신을 하는 척 흉내만 내다가 지지부진 그렇게 사그라듭니다.
무슨 이상한 T/F만들어서 돈만 퍼붓다가 제대로 된 성과도 못내고 흐지부지되기도 하고, 실제 하는 일은 바뀌는게 없는데 조직 이름만 혁신, 창조 이런 식으로 붙여놓기도 하고, 혁신과는 아무 상관 없는 뻘짓(주말에 등산가서 현수막 펴 놓고 혁신구호 외치는 것 같은..)을 하면서 혁신을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어느 고위 인사가 혁신을 시작했는데 그 사람이 떠나면서 흐지부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람이 바뀌어도 꾸준히 추진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이지요.
그 밖에도 혁신이 제대로 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수히 많습니다.
혁신이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왜 정작 제대로 하는 곳은 이렇게 찾기 힘든 걸까요?
[혁신은 귀찮고 지루하고 힘든 작업이다]
사람들은 혁신이라고 하면 창의 최첨단 하이테크 이런 이미지를 떠올립니다만, 그것은 혁신의 결과로 우리에게 보여지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그런 것이고 그런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과정은 상당히 지루하고 힘든 작업입니다.
혁신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제품이 아이폰인데요. 아이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 소비자들은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아이폰을 기획하고 개발한 사람들은 정말로 힘들고도 지루한 과정을 거쳐 아이폰을 만들어 냈을 것입니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리젝트 당하고 다시 컨셉 잡고 또 이렇게 저렇게 리젝트 다시 또...
스티브잡스의 까다로운 심미안을 만족시키려 엄청난 노력을 했겠지요. 욕도 무지하게 먹었을 겁니다. 스티브 잡스가 우리에겐 혁신의 아이콘으로 기억되고 있지만 같이 일하는 직원들에게는 고약한 상사였다고 합니다.
말도 안되는 까다로운 요구를 하고, 직원들을 왕창 자르기도 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등등,,
애플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인 삼성전자 역시 일을 혹독하게 시키기로 유명합니다. 물론 그만큼 연말에 성과급을 많이 받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사는 게 쉬운일은 아니죠.
혁신적인 기업이라고 해서 해당 기업의 모든 부서가 혁신적인 것은 아니고, 혁신을 주도하는 팀이나 부서가 별도로 있어서 여기서 사업부를 대상으로 여러가지 혁신을 추진하게 되는데요, 그래서 혁신조직은 기업 내에서도 욕을 많이 먹는 대표적인 조직 중 하나입니다.
맨날 이래라 저래라 하고 이거 잘못되었다 저거 잘못되었다 지적질이나 해 대니 실무를 담당하는 사업부 직원들 입장에서는 달가울 수가 없죠.
요즘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인공지능 분야도, 겉으로 보면 대단히 혁신적인 최첨단 기술처럼 보이지만, 그것을 구현하는 것은 끝없는 노가다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물론 인공지능은 최첨단 기술이 맞기는 맞습니다만, 그것이 어느날 갑자기 혁신적으로 뿅 하고 등장한 것은 아닙니다. 인공지능이 똑똑해지려면 가능한 한 많은, 그리고 정확한 데이터가 필요한데, 그런 방대한 양의 데이터는 단기간에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오랜 세월에 걸쳐 수집한 데이터들이 가공되고 정제되고 인공지능에게 제공되고, 그 결과를 다시 피드백 받아서 또 제공하고, 추가로 생기는 데이터를 계속해서 집어넣고.. 이런 지루한 노가다적인 활동이 반복된 결과 인공지능이 지금처럼 똑똑해지게 된 것입니다.
알파고가 바둑을 잘 두는 이유는 알파고의 성능이 뛰어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알파고 개발자들이 바둑 고수들의 바둑 기보를 많이 구해서 알파고에게 계속 학습을 시켜 주었기 때문인 것이죠.
혁신이라는 것은 이렇게 힘들고 지루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소비자로써 혁신적인 제품을 사는 것을 좋아 하지만 기업의 직원으로써 그러한 혁신적인 업무에 투입되는 것은 별로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혁신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IT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혁신적인 마인드가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워낙 빠르게 변하는 분야라 혁신을 하지 않으면 금방 망해 버리거든요. 반면 석유화학 철강 조선 같은 중후장대한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혁신에 대한 마인드가 약합니다.
대외적으로는 이들도 혁신이 중요하다고 외치지만 실제 내부로 들어가 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보수적이고 꽉 막힌 분위기가 조직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업종은 혁신적인 제품의 유무 보다는 경기흐름에 따라서 실적이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한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버티면 저절로 좋아질 텐데 뭐하러 혁신을 하나 하는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죠. 반대로 시황이 나빠지면 뭘 하든 회사는 어려워질텐데 혁신은 해서 뭐하나.. 이런 식으로 생각하기도 하죠.
실제로 이들 업종에 속한 기업들의 5년, 10년 주가와 실적을 보면 비슷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경기가 좋을 때는 다 같이 오르고 경기가 나쁠 때는 다 같이 떨어지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쨋든 꾸역꾸역 신제품을 개발하고 원가절감 노력을 하고 조직문화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은 위기 시에 그 차이가 확인히 드러납니다.
다 같이 잘 나갈 때는 잘 모르지만, 위기 시에는 혁신을 열심히 수행해서 좀 더 뛰어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상대적으로 실적이나 주가의 하락의 정도가 적죠. 그만큼 현금유출이 적고 위기를 버틸 수 있는 체력이 경쟁사들 대비 우위를 차지하게 되어 위기를 잘 버틸 수 있게 됩니다.
[혁신으로 손해를 보는 사람/조직이 생긴다]
혁신은 과거의 것을 버리는 작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혁신을 하면 필연적으로 손해를 보는 사람이 생기게됩니다.
그 사람이 말단 직원이라면 그냥 다른 곳으로 배치되어 일하게 되겠지만 고위직이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자신의 힘을 이용하여 혁신을 적극적으로 방해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망한 대표적인 기업 중 한 곳이 필름으로 유명한 코닥입니다. 1892년 설립된 유서깊은 회사이며 혁신의 대명사와도 같은, 그리고 필름 그 자체를 상징하던 대단한 회사였죠.
필름과 카메라 기술에 대한 끝없는 투자로 필름 및 아날로그 카메라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고, 창업주인 이스트만 코닥은 엄청난 부자가 되었으며, 그 부를 사회에 기부하고 직원들에게 배분하는 모습을 보여 줌으로서 사회적으로도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게 되었죠.
필름으로 유명한 회사지만 사실 코닥은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하기도 한 회사인데요, 디지털 카메라가 자사의 필름 및 아날로그 카메라 사업을 잠식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에 디카를 상용화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후 다가온 디지털 카메라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2012년에 파산보호신청을 하게 되었지요. 디카가 자사의 필름/아날로그 카메라 사업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여 디카를 상용화시키지 않은 결정이 결국 회사를 통째로 무너뜨리게 된 것입니다.
자동화 기계를 도입하는 것도 기업에게는 일종의 혁신인데요. 이런 경우에는 노조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치기도 합니다. 기업은 자동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지만 공장의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되기 때문이지요.
[책임을 져야 한다]
혁신은 본래 성공확률이 낮습니다. 100번 1000번 도전하고 실패하다가 그 중 하나가 성공해서 대박을 치고 세상을 바꾸는 것이 혁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패에 관대하고 계속해서 재도전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문화가 조성되어 있어야 사람들이 계속 도전을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실패경험을 자산으로 인정하고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습니다. 실패하면 짐 싸서 집에 가야 합니다. 그래서 나서서 혁신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누군가 나서서 하기를 바라고, 그 사람이 성공하면 숟가락 얹어서 같이 가고, 실패하면 그 사람만 물러나기를 바라죠.
이런 상황에서 누가 혁신을 하고 싶겠습니까.
[성공적인 혁신을 수행할 수 있는 방법]
- 리더의 강력한 의지
혁신이 성공하려면 먼저 리더가 혁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야 합니다. 그리고 실무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어야 합니다. 혁신 조직은 기업 내에서도 별로 환영받지 못하는 조직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고위 경영진이 혁신 조직에 힘을 실어주어야 그들이 사업부에 영향을 미치면서 혁신을 드라이브 할 수 있습니다.
- 시작은 작게
혁신은 실패율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일을 너무 크게 벌리면 나중에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면 조직에 직접적인 피해가 갈 뿐 아니라 혁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나빠지게 됩니다. 따라서 처음에는 작게 시작해서 시행착오를 먼저 겪어보고 여기서 문제점을 보완한 다음에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식으로 해야 실패 확률을 줄이면서 혁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 꾸준히 해야 한다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말로 시작된 삼성전자의 혁신역사는 20년이 넘었습니다. 그 기나긴 20여년의 세월 동안 삼성전자는 체계적인 혁신 방법론을 세우고 꾸준히 혁신을 수행해 왔습니다. 혁신을 멈추면 차라리 안하느니만 못합니다. 시작할 때 방향을 제대로 잡고, 될 때까지 꾸준히 지속해야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 기본이 중요하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혁신은 지루한 작업입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쉬우면서도 대단히 어렵습니다. "술 담배 끊고 삼시세끼 꼬박 먹고 운동을 꾸준히 하면 건강해진다"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만, 그걸 꾸준히 하는 사람은 정말 찾기 어렵습니다.
혁신도 이와 비슷합니다. 하는 일을 표준에 맞춰 문서화하여 보관하고, 장부와 실물을 맞추고, 업무시간에 딴 짓 하지 않고 업무에 집중하게끔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등등,, 혁신과는 별 상관없는 이런 지루한 활동들이 사실은 혁신에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작은 활동들이 쌓이면 조직이 대단히 효율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거든요. 효율적인 조직은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이는 곳 혁신으로 이어지는 발판이 됩니다.
그런데 실제로 보면 표준에 맞춰 일 하는 회사/조직을 찾기 쉽지 않습니다. 문서 따로 일 따로 하고, 장부에는 자재가 10개 있는데 창고에 가보면 5개밖에 없고, 사람들은 업무시간에 잡담하고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회사가 훨씬 많습니다.
기본을 잘 지키는 조직은 효율적인 조직이 될 수 있고 효율적인 조직은 혁신을 보다 쉽게 할 수 있습니다만, 그 기본을 지키는 것이 그렇게 힘이 듭니다. 기술적으로 어려워서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귀찮아서 안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걸 바꾸는 것이 정말로 어렵고, 이것이 바로 혁신이 어려운 핵심적인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 수평적인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상사가 이야기하고 부하는 듣기만 하는 수직적인 문화에서는 혁신이 싹트기 어렵습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허심탄회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문화 속에서 혁신이 싹트는 것입니다.
- 시스템화 해야 한다
사람이 바뀔 때마다 방향이 휙휙 바뀌고, 하던 프로젝트가 사라져 버리거나 하면 혁신이 제대로 추진될 수가 없습니다. 사람이 아닌 시스템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조직 속에 녹여서, 누가 오든간에 꾸준히 추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혁신을 제대로 해 낼 수 있습니다.
인간의 본성은 본래 혁신을 싫어하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런 본성을 이겨내고 혁신에 성공하는 사람/기업은 참 대단한 일을 해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