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 / 2018. 9. 28. 16:24

한국인의 "오지랖"

여기 저기 다른 사람의 일에 간섭을 많이 하는 사람을 보고 '오지랖이 넓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다른나라 사람들에 비해 오지랖이 넓은 것 같습니다. 본인은 관심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이게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 따라서 고마운 관심이 될 수도 있고 그냥 오지랖으로 느껴지게 될 수도 있는데요. 


상대방이 먼저 조언을 요청하지 않은 상황에서의 간섭은 관심보다는 오지랖으로 느껴지게 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오지랖의 종류와 범위는 끝이 없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략 다음과 같은 인생의 순서에 따른 오지랖이 마치 스테레오타입처럼 만연해 있는 것 같습니다.



[공부는 잘 하니]


주로 학생 때 자주 듣는 이야기입니다. 명절 때 친척들을 오랜만에 만나면 서로 딱히 할 이야기가 없으니 학생에게는 이런 걸 물어보게 되는데, 공부를 잘 못하는 학생들은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오게 됩니다.




[취직준비는 잘 되어 가니]


대학교 4학년 때즈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냥 물어보면 상관없는데, 다른 누구는 어디 대기업에 취직했다는데 너는 요즘 어때?'라고 물어본다거나, 잘 안되어가고 있는 것 뻔히 알면서 또 물어보면 듣는 입장에서는 상당한 스트레스로 다가오게 됩니다.






[이제 결혼해야지]


취직 후 나이가 어느 정도 차면 들을 수 있는 오지랖입니다. 결혼이라는 것은 한 사람의 이후 인생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사인만큼 결혼에 이르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닌데요.




나이는 점점 먹어가는데 결혼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초조한 상태에서 이런 이야기까지 계속 듣게 되면 당사자는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애 낳아야지]


결혼을 하고 나면 애를 낳으라는 압박이 들어옵니다 그리고 첫째를 낳고 나면 그 다음은 둘째도 낳아야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듣게 되죠. 아이를 가지게 되면 아이가 없을 때에 비해 그 책임감과 인생의 무게가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커지게 됩니다. 


그래서 요즘은 애 없이 부부끼리만 사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전체에 비하면 비중은 얼마 안되겠지만)라고 합니다.



애 대신 개를 키운다고 합니다



공부해서 취직하고, 취직해서 결혼하고, 결혼해서 애 낳고..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이 밟아가는 인생 경로죠. 그렇기 때문에 주변에서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아도 때가 되면 대부분 다 알아서 하게 됩니다.


직장에서도 이런저런 다른 오지랖을 경험할 수 있는데요. 일반적인 궁금함을 넘어선, 개인사에 대한 과도한 관심과 간섭으로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드는 경우가 자주 발생 합니다.





[왜 그런걸까?] 


미국,유럽의 서구권 나라들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오지랖은 유독 그 범위가 넓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제 추측으로는 미국,유럽은 개인들간의 관계가 수평적이고, 사회적인 약속이나 계약에 의해 서로간의 관계가 유지되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개인들간의 관계가 나이나 직급에 따라 수직적으로 서열이 매겨지고, 흔히 말하는 '정'이라는 것에 의해 관계가 유지되며, 개인보다는 집단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문화 때문이 아닌가 싶군요.





개인들간의 관계가 평등하고,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경우 비난을 받거나 심하면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사회에서는 함부로 오지랖을 펼칠 수가 없습니다.


반면 사람들간의 관계가 수직적이고 '정'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에서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온갖 오지랖을 펼쳐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해서는 안될 말이나 상대방에게 실례가 될 만한 발언도 거침없이 할 수 있죠.


아무래도 그간 우리나라를 지배해 온 유교문화가 이런 문화를 만드는데 큰 이바지를 한 것 같은데, 이런 사회 분위기가 바뀌려면 적어도 한세대 이상은 지나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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