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 / 2018. 9. 25. 17:59

갑질과 진상,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애환

저는 제조업 회사에 다닙니다. 하는 일은 서비스와는 거리가 멉니다.


그래도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는 일은 딱히 즐거운 일은 아닙니다. 일이 잘 되어서 "그거 참 좋네요"라는 이야기를 하려고 전화를 거는 사람은 없거든요. 전화라는 건 대부분 일이 잘 안되거나 문제가 있을 때 오는 겁니다.


그러니 전화를 받는 업무는 본질적으로 좋지 않은 경험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저는 신원이 명확한 같은회사 직원들로부터 전화를 받고, 그렇기 때문에 서로 예의를 지키며 전화를 합니다. 사내 인트라넷에 서로의 정보가 모두 나오니까요.


하지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콜센터 직원같은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하루종일 수많은 전화를 받습니다. 그리고 온갖 불만을 뒤집어씁니다.


하지만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항상 고객들에게 친절할 것을 교육받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기분이 나빠도 웃으면서 응대할 수 밖에 없는데요,, 고객의 불만이 정당한 것이라면 그래도 괜찮지만 말도 안되는 이유로 온갖 진상질을 해 대는데도 친절하게 응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속이 뒤집어집니다.




갑질 관련 뉴스, 기사들을 보면, 우리나라에는 참 도라이같은 진상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상대방이 어리다고 초면에 무턱대고 반말부터 하는 사람, 여자 상담원을 대상으로 성희롱성 발언을 하는 사람, 말도 안되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사람, 물건을 사고는 돈을 집어 던지는 사람, 주변사람들은 고려하지 않고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 직원에게 욕을 하는 사람, 별것도 아닌걸 같고 트집을 잡으면서 직원을 괴롭히는 사람,...


등등등






"손님은 왕이다" 라는 말이 있는데, 누가 만들었는지 몰라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 최악의 말이 아닌가 합니다.


손님은 왕이 아닙니다. 손님은 그저 손님이죠. 손님은 서비스업 종사자로부터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고 그에 대해 돈을 지불하는 그런 일종의 비즈니스적인 관계일 뿐, 상하관계가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상하게도 서비스업 종사자들을 하대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그리고는 손님은 왕이라는 착각에 빠져 서비스업 종사자들에게 온갖 갑질을 해대죠.



손님은 정말 왕인가?



라면 상무 사건, 종종 뉴스에 나오는 백화점 갑질 사건, 직원 폭행/욕설 사건 같은 것들이 바로 이러한 비상식적인 문화로부터 발생되어 나온 것이죠.


이제는 우리나라 서비스업도 바뀌어야 합니다. 손님이라고 무조건 친절하게 해 주려고 하지 말고, 내부적으로 매뉴얼을 정해서, 말도 안되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손님(이런 사람들을 보통 손놈이라고 하죠)에 대해서 직원이 절차에 따라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리한 갑질을 하다가는 자신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야 합니다. 그래야 서비스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말도 안되는 그런 갑질들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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