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간 데이트 비용 분담 문제는 아주 오래 묵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풀리지 않고 끝없이 갈등을 일으키는 주제 중 하나입니다.
데이트 비용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남녀간 지위 차이가 좁혀지고 있거나 역전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예전에는 남자의 지위가 매우 높았고, 가부장적인 문화 속에서 남자는 남자만의 권위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권위에 맞게, 데이트 비용은 남자의 몫이었습니다.
데이트 비용을 여자에게 내라고 한다거나, 나누어 내자고 하는 것은 "권위있는 남자"로서 감히 할 수 없는 말이었죠. 데이트 하고 나면 돈은 그냥 남자가 내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여자의 사회적 지위가 점점 높아지면서 남자의 권위는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데이터 비용은 여전히 남자들이 더 많이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여기에서 남자들의 불만이 쌓여가기 시작했습니다. 권위와 의무는 같이 따라와야 하는 것인데, 권위는 점점 무너지는데 의무는 줄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지요.
주제가 좀 다르긴 하지만, 결혼비용 관련 문제도 이와 같은 이유로 발생하는 것입니다. 옛날에는 "권위있는 남자"가 집을 준비하고 여자가 집안에 들어갈 물건들을 채우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이제는 권위가 사라진 남자"가 여전히 비싼 집을 준비해야 하는것에 대해 남자들의 불만이 쌓여가고 있는 것이지요. 이제 반반씩 나눠서 부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머리를 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래된 관습을 바꾸는 것은 쉽지가 않지요. 그래도 아직은 남자가 집을 사 오고 여자가 혼수를 준비하는 것이 일반적인 결혼의 모습입니다.
데이트 비용 문제도 결혼 비용 문제만큼이나 오래된 문제입니다. 그런만큼 금방 바꾸기가 쉽지 않은 문제죠. 아직은 남자가 식사를, 여자가 커피를 사는 것이 일반적인 데이트의 모습입니다.
여자가 밥을 사고 남자가 커피를 사는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전체에 비해서 그리 많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그런 커플도 매번 여자가 밥을, 남자가 커피를 사지는 않을 겁니다. 어쩌다 가끔 하겠죠. 대부분은 남자가 밥을, 여자가 커피를 살 것입니다.
데이트 비용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과거의 가부장적이었던 시절에 비해 지금은 남녀간의 지위의 차이에 많은 변화가 생겼음을 인정하고, 그에 맞게 분담비율을 적절하게 조정해 나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글로 쓰면 참 간단해 보이는데, 이 간단한 걸 인정하고 실천에 옮기는 것이 쉽지가 않지요. 여자가 이렇게 주장하면 남자로부터 환영을 받는데, 남자가 그런 말을 하면 "쪼잔한 놈"이 되거든요.
인식의 변화가 있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