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은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가는 주력산업입니다. 특히나 전기전자, 반도체, 조선,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와 같은 소수의 주력산업들이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 제조업이 많이 힘듭니다. 세계적으로 기술수준이 상향평준화 되면서 경쟁력이 많이 희석되었고, 무엇보다도 중국이 제조업 대국화를 외치면서 엄청난 돈을 투자하고 있어 그 위기감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한때 망할뻔했던 대우조선해양
우리나라 제조업이 중국에 따라잡힐 거라는 이야기는 그 역사가 꽤 오래 되었습니다.
그리고 중국이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괜찮은 가성비의 제품을 찍어내기 시작하면서 그 우려는 점점 현실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의 설 자리가 모두 사라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중국산 제품은 아직까지는 우리나라 제품에 비해 품질이나 브랜드 파워가 약한 편입니다. 가령 샤오미의 스마트폰은 삼성의 갤럭시S시리즈에 비할 바가 못됩니다.
특히나 특허를 무시하고 마구 베껴낸 덕분에 중국 외 국제무대에 제대로 명함을 내밀기가 힘든 상태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자국 내수 시장 덕분에 그간 급격한 성장을 해 왔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과거 일본을 베끼며 성장해 왔던 것처럼 중국도 우리를 열심히 베끼면서 우리의 자리를 노릴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아직 우리를 따라잡지 못한 분야가 하나 있는데, 바로 반도체입니다. 중국이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부으며 반도체에서도 한국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10나노급 D램 양산에 성공하며(개발이 아닌 양산) 후발주자들의 추격 의지를 꺾었습니다.
다른 산업들은 중국에게 바싹 따라잡히고 있는 반면 반도체만큼은 오히려 더 격차를 벌리고 있죠. 따라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의 성공사례를 잘 연구하면 우리나라가 앞으로 먹고 살 수 있는 길이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우리나라 제조업이 전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 중국에게 따라잡힐 거라고 모두가 걱정하는 지금, 삼성전자 반도체는 중국을 포함한 후발주자들을 멀찍이 따돌리며 독주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는 왜 이렇게 잘나가는 걸까요? 직원들을 혹사시켜서? 고액연봉으로 인재들을 싹쓸이해서? 하청업체를 후려쳐서? 돈을 마구 쏟아부어서?
예전에 한 웹사이트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경쟁력의 근원에 대해서 토론한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직원혹사, 하청업체 후려치기 등등은 삼성만 하는게 아니다. 다른 회사들도 다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것들이 근본적인 이유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내용이었는데요. 그러면서 삼성보다 더 뛰어난 선진기업의 사례로 도요타를 예로 들었습니다.
도요타는 자신들의 기법을 외부에 공개했는데, 그 방법이라는 것이 그렇게 특별한 것은 없다고 합니다. 누구나 다 아는 뻔한 것들을 그저 전문용어를 사용해서 그럴듯하게 포장했을뿐. 문제는 이 뻔하고 별 것 아닌 것들을 제대로 지키는 곳이 드물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예로, 대학원 실험실에서 장비로그북(사용기록) 작성하는 것 관련해서, 그거 하나 제대로 하는 실험실이 드물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장비를 쓰고 난 뒤 사용기록을 적는 행동은 전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안쓰거나 일부 누락을 발생시키죠. 왜??? ... 귀찮아서..
작은 실험실에서도 이러할진데, 삼성이라는 거대한 조직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그 뻔한 것(표준대로 일하기, 정확하게 기록하기, 기본규정 준수하기, 표준용어 사용하기 등등)들을 어기지 않고 지속적으로 지키도록 만드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삼성은 조직문화 혁신을 통해 이것을 정착시켰고, 이를 통해 아주 효율적인 내부 협업체계를 완성시켜 경쟁사들에 비해 압도적인 역량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이죠.
그리고 이런 건 그 내용을 외부에 공개해도 다른 기업에서 베끼기가 쉽지 않습니다. 몰라서 못하는 것들이 아니거든요. 알면서도 (귀찮아서, 혹은 그게 왜 중요한건지 인지를 못해서) 안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방이 쉽게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중국의 위협을 극복하고 삼성전자 반도체처럼 후발주자들과의 초격차를 유지하며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내부 조직문화 혁신을 통한 근본적인 역량강화 추진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그리고 국민성이라는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이런 쪽으로 중국보다 훨씬 유리합니다. 반도체라는 성공사례도 있구요. 중국인들은 조직내부 응집도나 충성도(?)가 우리보다 훨씬 약합니다. 휴가 갔다가 아무말 없이 안돌아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는 등, 우리나라 조직문화에서는 상상이 안되는 일들이 자주 벌어지니까요.
삼성전자 반도체의 성공사례를 국내 기업들에게 이식시켜 정착시킬 수만 있다면 중국의 무시무시한 물량공세도 충분히 극복하고 꽤 긴 시간동안 경쟁력 우위를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