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은 2015년 4조2천억원을 지원받았고, 2017년 또 2조9천억원을 추가로 지원받았습니다.
그리고 또 7,927억원의 유상증자를 한다고 합니다. 7조9천억원이라는 돈이 한 회사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밑빠진 독이 아니라 밑이 아예 없는 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과 함께 조선 빅3라 불리우는 세계 최고의 조선업체 중 한 곳입니다.
하지만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를 자체적으로 극복해 나가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과는 달리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으로부터 엄청난 혈세를 지원받고서도 여전히 정상화가 안되고 있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요?
[사실상 공기업이 된 대우조선해양]
1999년 대우그룹이 분해되면서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의 자회사가 되었습니다.
사실상 공기업과 다름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민간기업은 돈을 제대로 못벌면 망하기 때문에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지속적으로 수행합니다.
하지만 공기업은 돈을 못벌어도 망하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노력을 게을리하게 되는데요.
여기에서 비극이 시작되게 됩니다. 민간기업이었다면 이런 엄청난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벌써 사라졌을텐데, 망할 수가 없는 공기업 지위 획득 + 낙하산 인사 + 조선업의 특징 + 부정부패 등등이 짬뽕이 되어 문제가 걷잡을수 없이 커졌지요.
[낙하산 인사]
공기업이 되었으니 낙하산 인사를 매우 손쉽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조선업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정치인과 관료들이 한 자리씩 꿰차고 월급을 받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조선업은 매우 복잡한 산업입니다. 조선소에서 오래 일한 사람도 자기 분야가 아닌 조선소 전체를 이해하는 것은 쉽지가 않습니다. 평생 공부해도 제대로 알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평생 조선소 관련 일을 한번도 해 본적이 없는 사람들이 높은 자리를 꿰차고 의사결정에 관여를 하니 조선소가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습니다.
[회계 측면에서의 조선업의 특징]
불투명한 원가
자동차, TV 같은 양산제품들은 시제품을 미리 만들어 볼 수 있기 때문에 원가를 정확하게 계산해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박은 미리 만들어 볼 수가 없기 때문에 서류상으로 원가를 계산해서 수주를 받은 뒤 건조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래서 건조 중 추가비용이 발생할 여지가 늘 존재하죠.
그래도 선박은 비교적 정확하게 원가산출이 가능한데, 해양플랜트는 오리무중입니다.
매출인식 시점과 실제 현금이 들어오는 시기가 다름
공정이 10%, 20%, 30% 진행이 되면 그에 맞춰 장부상에 매출로 기록을 합니다만, 실제로 현금이 그렇게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선주가 이런저런 트집을 잡아서 돈을 안준다고 하면 골치아파집니다.
회계장부에는 매출로 잡아 두었는데 정작 돈이 통장에는 들어오지 않으니까요.
[배임, 부정부패]
이런 복잡하고 불투명, 불확실한 회계 특성 때문에 조선업은 건설업과 더불어 부정부패, 비리, 배임 등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업종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수주의 결과가 몇년 뒤에 나타나니 연임을 원하는 경영진들은 당장의 성과를 위해 저가수주라도 받게 되는데요, 몇 억, 몇십억달러짜리 선박이나 해양플랜트를 수주하면 신문지상에서 대박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대서특필을 합니다.
이런 성과를 내세우면서 경영진은 자리를 유지하고 계속 월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터지죠.
또한 매출인식 시점과 실제 현금이 들어오는 시기, 빠져나가는 시기가 다르니 이를 이용해서 계속 저가수주를 하면서 선수금으로 돌려막기를 하는 식으로 하면서 버틸 수도 있습니다.
수주를 계속 받으면 계약금을 받으면서 통장에 현금이 풍부해지거든요. 물론 이돈들은 결국 나중에 배를 건조하는데 재료비, 인건비 등으로 다 나갈 돈입니다만, 돈 나갈 시점은 저 멀리 있고 지금 당장은 통장에 돈이 두둑하니 이 돈으로 성과금을 준다던지 하는 식으로 돈을 낭비하죠.
제품 생산속도와 현금회전이 빠른 전자, 반도체 같은 분야에서는 이런 일이 어렵지만 조선업은 제품 생산 속도가 매우 느리고 현금이 들어오고 나가는 그 사이의 기간이 역시나 매우 길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쉽게 발생을 할 수 있습니다.
[조선업 불황과 함께 드러난 대우조선해양의 빈 잔고]
조선경기가 좋을 때는 계속해서 수주가 되고 매출이 늘어나고 현금이 들어오니 이렇게 회사를 운영해도 문제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저가수주 및 이런저런 비효율로 빠져나가는 현금이 많았지만 계속 수주가 되고 현금이 들어왔기 때문에 그 돈으로 빠져나가는 돈을 메꿀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조선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대우조선해양의 방만한 경영이 그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선박을 건조하면서 빠져나가게 될 돈(재료비, 인건비)은 산더미같은데, 정작 통장에는 남아 있는 돈이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산업은행으로부터 엄청난 혈세를 수혈받고, 그도 모자라 유상증자까지 하고 있는 것이 대우조선해양의 현재의 모습인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