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가끔 문상을 가야 할 일이 생깁니다. 회사 동료라면 그냥 가서 절만 하고 오는데, 가까운 친구나 친척이라면 발인하고 화장하는 것 까지 다 보고 가게 되죠.
고인의 영정 앞에 술을 따르고, 절을 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문상을 왔다가 다시 돌아가고, 3일째 되는 날이면 화장장으로 이동을 해서 화장을 하고 납골당에 고인을 모시지요.
통영시 추모공원
한 사람이 짧은 시간에 한 줌의 재가 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문득 인생의 무상함을 느낍니다. 납골당에는 앞서 모셔진 많은 고인들의 있지요.
고인의 이름이 있고, 살아생전의 사진이 같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가족이나 친구, 친척, 지인들이 적어놓은 마지막 인삿말 글귀들도 보이구요.
수많은 사람들이 매일매일 치열하게 살아갑니다.
회사에서 하루 종일 스트레스 받으면서 자료 만들고, 보고하고, 전화하고, 욕먹고,, 회식하고, 늦게 퇴근하면서 회사 욕하고..
통영시 추모공원 주변 산책로
통영시 추모공원 주변 .. 황량합니다
퇴근해서 친구들과 술한잔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죠. 그리고 집에 가면 늦게 들어왔다고 바가지를 긁힙니다. 그러면 또 스트레스를 받죠. 그리고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 다시 출근을 하고, 똑같은 일상이 반복됩니다.
그런 것들이 죽음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버리죠. 죽으면 다 의미 없는데 뭣하러 이렇게 스트레스 받으면서 치열하게 사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채웁니다.
통영시 추모공원 입구
통영시 추모공원 주차장
통영시 추모공원 주변의 황량한 모습
통영시 추모공원 건물
이렇게 한 줌의 재가 된 저 고인도 살아 생전에는 온갖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을 했을 것이고, 즐거운 일, 괴로운 일, 기쁜 일, 슬픈 일을 겪으며 그렇게 긴 세월을 버텨 왔었겠지요.
참으로 많은 일들이 기억 속에 남게 되었을 것이고, 추억을 동력으로 삼아 하루 하루를 치열하게 살아왔을 것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기억은 희미해져 갔을 것이고,,
그리고 죽음으로서 그 모든 것들을 잊게 되었겠지요. 오랜 희노애락의 세월 끝에 평안을 얻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잠깐의 망상을 하고 나면 다시 현실로 돌아옵니다.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조만간 해야 할 보고를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지끈하죠.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같은 자식들도 어른어른 거리구요. 주말에 어디 놀러갈까 하는 생각도 하고, 다음달 빠져나갈 카드값 생각도 하고,, 암튼 머릿속은 늘 복잡합니다.
죽으면 모든 것이 사라지지만, 그렇다고 죽을 순 없지요. 살아 있는 동안은 최선을 다 해서 살아야 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