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안보 / / 2018. 12. 28. 16:52

주한미군의 철수 가능성 - 현재로서는 미미하다

최근 들어 주한미군의 감축 또는 철수에 대한 뉴스가 자주 보이는 것 같습니다. 동맹까지 거래의 대상으로 보고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하는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더욱 그러한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안보 및 동북아 지역 안보의 큰 축인 주한미군의 철수 가능성은 많은 한국인들의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합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해서, 주한미군의 철수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매우 미미합니다. 왜 그런지 그 이유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한반도의 지정학적 조건 측면


한반도는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의 이익이 교차하는 지점이며, 오늘날 세계 4개 강대국(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의 이익이 교차하는 유일한 지점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할 경우 동북아 지역의 파워 게임에서 매우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며 미국의 영향권 내에 있고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정학적 조건 덕분에 미국은 주한미군을 통해 냉전 시절에는 구소련을 위시한 공산권의 세력 팽창을 억제할 수 있었고, 현재는 주한미군 재배치를 통해 중국의 세력팽창을 저지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서 구소련이 건재하고 북한이 한국보다 국력이 앞설 당시에는 한강 북쪽인 용산에 미군 기지를 배치함으로서 공산세력의 남하를 방지했고, 지금은 평택으로 기지를 이전하여 중국을 감시, 견제하고 있는 것입니다.




주한미군을 철수시킨다면 미국은 중국을 견재할 수 있는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를 상실하게 됩니다. 혹자는 일본을 통해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일본과 중국 사이에는 한국이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한국만 볼 수 있습니다. 한반도 건너의 중국을 볼 수가 없습니다. 중국 견제라는 측면에서 효용이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주한미군 평택기지는 미군의 해외 주둔 기지 중 최대규모의 기지입니다. 이를 통해 주한미군 평택기지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미국이 구축한 세계 질서 차원의 측면


1945년 8월 6일,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그 때, 일본 히로시마에 핵폭탄이 투하되었습니다. 단 한발의 폭탄이었지만 그 위력은 대단해서 순식간에 15만명의 목숨을 날려버렸습니다. 그리고 사흘 뒤 나가사키에 또 한발의 핵폭탄이 투하, 도시를 초토화시켰습니다. 그리고 일본은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습니다.


핵무기의 놀라운 위력을 본 미국은, 자국만이 핵폭탄을 보유하되 다른 나라는 더 이상 핵을 가지 못하도록 막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1949년 소련이 핵실험에 성공하여 미국의 핵 독점 시대는 깨졌고, 1년 뒤인 1950년에는 영국이, 1960년에는 프랑스가, 1964년에는 중국이 핵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 서독, 일본, 스웨덴, 인도, 파키스탄, 북한 등 다수의 나라들이 이 시점을 전후해서 핵보유국이 되었거나 핵을 보유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본 핵보유 강대국들은 핵확산 및 핵전쟁에 대한 우려, 그리고 핵을 통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군사력에서의 우월적인 지위의 상실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지 시작했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수립하고자 하는 노력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힌 진통과 우여곡절 끝에 1968년 7월 1일, 미국, 소련, 영국과 비보유국 53개국 대표에 의해 뉴욕에서 핵확산 금지 조약(NPT, Non-Proliferation Treaty)이 체결되었습니다.


이 조약에 의해 지구상에서 핵을 보유할 수 있는 국가는 미국, 소련(지금은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5개국으로 제한되었으며(실제로는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북한도 보유 중) 비핵보유국들이 핵개발을 하고 핵을 보유하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되었습니다.


비핵보유국 입장에서는 말도 안되는 불평등 조약이지만,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사회에서는 힘있는 나라가 이끄는대로 따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체제 하에서 비핵보유국들의 안보 불안을 달래고 그들이 핵개발을 시도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핵우산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었습니다. 비핵보유 동맹국들이 핵공격을 받을 경우 핵을 보유한 국가가 대신 핵으로 보복을 해 준다는 개념입니다.


이것이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을 위시한 핵보유 강대국들에 의해 구축되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세계질서인 것입니다.


한미동맹도 이런 질서 내에서 유지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한미동맹 및 주한미군을 통해 한국에게 핵우산을 포함한 방위력을 제공해 주고, 대신 한국의 핵개발, 탄도미사일 사거리 등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미국이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을 포기할 경우 한국은 중국과 북한의 핵위협에 맨몸으로 노출이 됩니다. 생존을 위해 독자 핵개발을 추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됩니다.


한국이 핵을 개발하면 바로 옆에 있는 일본 또한 핵무장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 일본이 모두 핵보유국이 되면 동북아에서 미국은 그 영향력과 지위를 상실하게 됩니다. 핵을 보유한 한국과 일본은 국가안보 차원에서 더 이상 미국이 필요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3. 동맹에 대한 신뢰와 패권 유지 측면


현재 미국의 패권은 전세계에 퍼져 있는 동맹국들, 이들과의 네트워크, 그리고 이들 국가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에 의해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들 중 하나이며, 세계적인 경제대국이고 미국과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는 자유진영의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같은 특급 동맹국은 아니지만 그 바로 아래 단계에 해당하는 중요한 동맹국으로 대우받고 있으며, 그야말로 최전선에서 미국의 적성국의 세력 팽창을 온몸으로 억제하고 있는 중입니다(냉전시절에는 소련과 북한, 지금은 중국).


이렇게 중요한 동맹국에 대한 방어의무를 미국이 저버릴 경우 전세계 각지의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은 더 이상 미국을 신뢰할 수 없을 것입니다.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인 방위력 구축을 위한 시도를 하고자 할 것입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구축해 온 NPT 기반의 세계질서가 흔들릴 수 있을 것입니다.






4. 결론


위와 같은 다양한 측면에서 봤을 때, 주한미군의 철수는 한국 뿐 아니라 미국에게도 막심한 손해를 가져옵니다. 반면 미국이 패권을 두고 경쟁하고 있는 중국에게는 엄청난 기회를 가져다 줍니다.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중국은 쾌재를 부를 것입니다. 미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한국을 자국의 영향권 내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한국이 중국의 영향권으로 들어가면 중국의 세력으로부터 일본을 방어해 주는 완충지 역할을 하던 한국이 일본의 턱밑을 겨누는 칼이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현재 상황에서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수가 없습니다. 주한미군 철수는 자살골에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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